2014년 3월 공군 모 부대 소속 김모 일병은 휴가 도중 같은 부대 선임병인 A병장과 만나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해 A병장 하숙집에서 잠이 들었던 김 일병은 정신을 차렸을 때 깜짝 놀랐다. A병장이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성추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된 A병장은 군사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군 제대 후 곧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형사처벌 전력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13년 육군 오모(여) 대위는 상관인 노모 소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군내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최근 5년 새 군내 성범죄 발생 건수는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478건이던 군내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4년 649건, 2015년 668건에 이어 지난해에 87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6월 말 기준 군내 성범죄 발생 건수는 442건으로 집계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공개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도 많을 것”이라며 “실제 성범죄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별로는 육군이 전체 성범죄 발생 건수 3108건 가운데 77%(2408건)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해군이 367건(12%), 공군이 232건(7%), 국방부 직할부대가 101건(3%)으로 각각 뒤를 이었다.
성범죄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발생한 군내 성범죄 가운데 36.5%(1136건)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성범죄 3건 중 1건 이상은 재판에도 넘겨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군은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오히려 성범죄는 급증했다”며 “엄격한 가해자 처벌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군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단독] 레드라인 넘은 軍 성범죄… 3년새 2배 급증,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17-09-05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