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진 시범사업 4개월여 만에 2명의 폐암 환자가 확인됐다. 47명은 폐암이 의심돼 확인 검사를 진행 중이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에서 폐암 검진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모(72)씨와 박모(59)씨가 지난달 폐 선암으로 최종 판정받았다. 이씨와 박씨는 모두 30년 이상 매일 담배를 피워왔다.
정부는 지난 4월 말부터 30갑년(1갑년=하루 1갑씩 365일 흡연량) 넘게 담배를 피워온 만 55∼74세 고위험 흡연자를 대상으로 국가 폐암 검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20대부터 하루 평균 15개비씩 약 40년간 담배를 피워 30갑년(0.75×40)의 흡연력을 가졌다. 지난 7월 초 충남대병원에서 일반 흉부 CT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5분의 1 수준인 저선량 CT를 찍은 결과 오른쪽 폐에 1.2㎝ 크기의 암이 발견됐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2차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지난달 중순 폐 선암 1기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지는 않았다. 이씨는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옮겨 8일쯤 수술받을 예정이다.
하루 1갑씩 35년간 담배를 피워온 박씨 역시 검진에서 왼쪽 폐에 1.1㎝ 암이 발견됐고 지난달 29일 폐 선암을 확진받았다. 오는 14일 정확한 병기(病期)와 전이 여부를 알기 위해 추가 검사를 받는다. 박씨는 “젊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웠는데, 지금은 후회된다. 한 달 전에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폐암은 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 5년 생존율은 두 번째로 낮다. 폐 말단 부위에 생기는 선암은 흡연과 연관성 높은 비소세포암의 한 유형이다. 최근 여성이나 비흡연자에게도 증가하는 추세다.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암은 일찍 찾아내 수술받으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는 국립암센터와 9개 지역암센터(충남대 부산대 울산대 강원대 아주대 칠곡경북대 화순전남대 제주대 가천의대길병원), 서울대병원 등 11곳에서 1500여명을 무료로 검진했다. 연말까지 8000명을 검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1년 더 추가 시범사업을 벌여 폐암 검진의 비용 효과성과 위해성, 조기발견율 등을 평가한 뒤 2019년부터 국가 암검진으로 본격 도입할 방침이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은 “암 검진자 중 흡연자는 10%도 안 될 정도로 검진을 잘 안 받는다”면서 “흡연자에게 폐암 검진 의사를 물어보면 대부분 증상이 없어 필요없다거나 시간이 없고 겁이 난다는 등 이유로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은 증상이 나타날 때면 치료가 어려운 3기 이상인 경우가 많다”면서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다면 증상이 없어도 폐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암의 조기(1, 2기) 발견율은 2014년 기준 22.2%다. 위암(62.2%) 유방암(58.6%) 대장암(36.1%)보다 낮다. 3기를 넘기면 75% 이상이 5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단독] 30갑년 ‘골초’ 1500명 중 폐암 2명·의심 47명… 검진 시범사업서 확인
입력 2017-09-05 18:21 수정 2017-09-05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