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국내에 있지만 마음은 사실상 해외선교사와 다를 게 없습니다.”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총장 천장호)에서 20년 가까이 유학생 선교를 이어오고 있는 박정우(광운대선교회 교목) 목사의 말이다. 2학기 개강을 맞아 사역 준비에 여념이 없는 박 목사를 지난 1일 광운대 복지관 4층 국제교류센터에서 만났다.
박 목사의 원래 꿈은 해외선교사였다. 그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전도사 신분으로 1998년 5월 처음 광운대선교회에 왔다. 학원선교사로 대학원생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해외선교 훈련을 따로 받았다. 일본과 중국, 인도 중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때였다.
2002년 9월 인도로 출국하기 직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생후 9개월이었던 둘째아들 은석군이 ‘일차면역결핍증(PID)’이란 희소난치병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이었다. 은석군은 수시로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2014년 하나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홉 번이나 사경을 헤맸다. 박 목사는 “영적인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아들을 돌보며 하나님이 깨닫게 해주신 은혜가 많았다”며 “아들의 투병생활 가운데 국내에서 캠퍼스 복음 전도에 힘쓰라는 하나님 뜻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해외선교사의 꿈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캠퍼스 생활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2002년까지만 해도 광운대에 있는 유학생은 몽골 출신 학생 2명뿐이었다. 박 목사는 “그들을 보며 해외 선교지로 갔으면 만났을 영혼들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03년부터 외국 학생들은 점차 늘었다. 추석 때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PC방과 주점을 전전하는 중국, 몽골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유학생추석초청모임’을 만들어 외국 학생들을 집에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본격적인 유학생 선교가 시작됐다.
현재 유학생 사역은 성경공부와 광운대학인터내셔널교회 다국적 예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박 목사와 일대일로 4주간 복음을 배운다. 한국어와 외국어가 모두 적힌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두란노)를 교재로 사용한다. 지금까지 몽골어 중국어 일어 영어 아랍어 교재가 개발됐다. 지난 학기에는 몽골 중국 헝가리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학생 15명이 성경공부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는 제자훈련을 받은 외국인 학생 6명이 교수로 임용돼 고국으로 돌아갔다. 모두 본국에 가서 복음의 가치대로 살면서 제자를 길러내겠다고 작정한 이들이다.
주일엔 광운대학인터내셔널교회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설교를 들으며 다국적 예배를 드린다. 현재 유학생 20명 정도가 출석한다. 방학 때 귀국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제자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성경통독도 실시한다. 지난 7월부터 매일 구약과 신약성경을 1장씩 읽고 있다. 최근 광운대 유학생 인원은 매 학기 300명을 넘는다. 박 목사는 급증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강 전 오리엔테이션을 전담하고 있다. 수강신청 요령을 설명하고 공부 동기를 부여하는 ‘비전파인딩코칭세미나’도 진행한다. 그는 “교회와 대학생 선교단체들이 유학생 사역에도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박정우 광운대선교회 교목, 국내 캠퍼스서 20년 가까이 해외유학생 선교 이어와
입력 2017-09-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