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격탄… 여행수지 적자 역대 최대

입력 2017-09-05 18:31

7월 여행수지 적자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드(THAAD)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전과 견줘 63만명이나 급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 위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입국자도 줄었다. 반면 해외 출국자 수는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한국은행은 5일 ‘7월 국제수지(잠정치)’를 발표하고, 여행수지 적자가 17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198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이다. 출국자 수는 238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인 데 비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8만1000명에 그치는 등 1년 전보다 69.3%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해외에서 여행으로 쓴 돈은 7월 27억6000만 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해외여행 씀씀이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안보 위기로 국내 입국자가 쪼그라들면서 여행수지 적자 추세는 멈출 줄 모른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으로 여행수지 적자폭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수지를 포괄하는 서비스수지 역시 7월 32억9000만 달러 적자였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적자폭이다.

한 나라 거주자의 모든 대외거래를 달러로 표시한 경상수지는 여행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72억6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65개월 연속 흑자행진이다. 수출과 수입으로 구성되는 상품수지가 반도체 호조, 화공품 및 철강제품 단가 상승으로 9개월 연속 늘어난 덕분이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은 3848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전달보다 10억8000만 달러 증가해 4개월 연속 최고치 경신 기록을 세웠다.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른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로 유로화 등의 달러 환산액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7월 말 기준)이다. 중국이 3조807억 달러로 압도적 1위다. 이어 일본(1조2600억 달러) 스위스(7855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945억 달러) 대만(4445억 달러) 러시아(4184억 달러) 홍콩(4133억 달러) 인도(3937억 달러) 순이다. 외환보유액은 북핵 위기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 혼란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