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여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기관장이 특정인을 콕 찍어 채용을 지시하면 인사 부서가 점수를 조작해 자격 미달의 응시자를 합격시킨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디자인진흥원 원장 A씨는 2015년 9월 지인의 딸 B씨가 하반기 신규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를 인사실장에게 넌지시 전달했다. 인사실장은 B씨를 포함, 전(前) 원장 딸 등 3명의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인·적성검사, 필기시험 점수를 조작했다. B씨는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나머지 2명은 합격했다.
대한석탄공사가 2014년 8월 채용한 청년인턴엔 현직 사장의 조카가 포함됐다. 당시 인사 담당자는 전 사장의 조카 C씨가 낸 자기소개서에 만점을 주고 면접 점수도 높여 최종 합격시켰다. C씨는 서류 점수가 362명 중 321등으로 탈락 대상이었다. C씨는 이듬해 3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이 역시 전 사장의 지시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사장 D씨는 지난해 2∼3월 고교, 대학, 전 직장 후배의 이력서를 인사 담당자에게 직접 건네며 이들을 1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하라고 했고, 이 중 2명이 비공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감사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실 비서관 E씨가 전 강원랜드 사장 F씨에게 인사 청탁을 해 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E씨는 2013년 11월 F씨 집무실에서 “신축 예정인 워터파크 쪽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이력서를 건넸다. F씨는 E씨가 강원랜드 최대 현안이던 폐광지역특별법 존속기한 연장과 카지노 확충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채용키로 하고 이를 기조실장에게 전달했다. E씨는 환경 분야 실무 경력이 조건(5년)에 미달했지만 채용됐다. 감사원은 권 의원 관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 3월 20일부터 한 달간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2013년 이후 채용 관련 업무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은 전직 기관장 2명을 포함해 8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고,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관련 부처에 통보했다.
권지혜 기자
기관장이 낙점하면 인사팀 면접조작… 공공기관 채용비리 여전
입력 2017-09-05 18:28 수정 2017-09-05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