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전술핵무기급 탄주중량 2t ‘괴물 미사일’ 개발 검토

입력 2017-09-06 05:02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합의에 따라 우리 군의 미사일 전력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는 한·미가 1979년 미사일 지침에 합의한 지 38년 만에 이뤄졌다. 한국군 미사일 기술 발전을 제한했던 족쇄가 풀림에 따라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은 현재 탄두중량 2000㎏(2t)의 미사일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탄두중량 2t의 미사일은 미국에서 개발한 GBU-28 레이저 유도폭탄(탄두중량 2.2t)이나 벙커버스터(GBU-57)보다 2∼3배의 파괴력과 관통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 군사 전문가는 5일 “탄두중량 2t 규모의 미사일이 마하 7∼8 속도로 지상에 낙하하면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GBU-28이나 GBU-57보다 2∼3배의 파괴력과 관통력을 지닌다”며 “사실상 전술핵무기급 전략무기”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2012년 제2차 미사일 지침 개정 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500㎞에서 800㎞로 늘렸지만 탄두중량은 500㎏으로 제한했다. 다만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규정을 적용해 사거리 500㎞와 300㎞ 탄도미사일은 각각 최대 1000㎏과 2000㎏까지 가능하다. 군이 보유한 가장 무거운 탄두중량 미사일은 사거리 300㎞ ‘현무-2A’로 1500㎏의 탄두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군이 실전배치한 미사일은 사거리 300㎞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와 현무-2A, 사거리 500㎞의 ‘현무-2B’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1500㎞의 ‘현무-3’ 순항미사일이다. 사거리 800㎞인 ‘현무-2C’는 지난달 24일 마지막 시험발사 후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현무-2C는 남부지방에서도 북한 전력을 타격할 수 있지만 탄두중량이 500㎏으로 제한돼 파괴력이 약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탄두중량 500㎏ 정도로는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정도의 파괴력만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 지하 깊숙이 위치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포함해 주요 군 지휘시설을 타격하기 힘들다. 탄두중량이 1000㎏이면 지하 10∼20m에 있는 시설물 공격도 가능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유사시 수도 평양을 버리고 백두산 인근 삼지연을 포함한 북부지방 지하시설에 숨어도 군의 탄도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 지하 군사시설은 대부분 지하 100m 이상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탄두중량 1000㎏ 이상의 파괴력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이 탄두중량 제한을 없앤 것은 현실성 있는 대북 타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미사일과 대등한 파괴력을 지닐 수는 없지만 정밀도가 뛰어난 우리 미사일의 파괴력이 높아지면 북한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실상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릴 여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거리는 탄두중량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800㎞의 탄도미사일에 1t 이상의 탄두를 탑재하는 기술을 개발한 뒤 탄두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때문에 사실상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개발기술 확보의 길이 열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