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안정적이고 노후에 두둑한 연금까지 보장되는 공무원 인기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에 나서면서 공시족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으로 증원되는 생활안전분야 국가공무원 7·9급 공채 선발비용으로 21억49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429명을 뽑는 데 10만6186명이 몰려 시험비용이 크게 늘었다.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다 보니 1차 필기시험장 임차료만 1억3000만원에 달하고 필기시험 감독관 1만2000여명의 수당이 8억1000만원이나 된다. 다음달 21일 치러지는 7급 추가공채는 113명 선발에 1만796명이 지원해 9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9급은 316명 선발에 9만5390명이 몰려 301.9대 1로 공채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미 채용 절차가 끝난 9급 공무원 정시시험의 경우 4910명 선발에 17만2747명이 응시해 평균 3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공무원 되는 게 청년들의 제1 인생 목표가 되는 사회는 활력이 없다. 청년층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은 공시족이라는 통계청 조사 결과는 암울하다. 민간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목을 매고 작은 취업 기회만 생겨도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가장 큰 원인은 청년 체감실업률이 7월 기준 22.6%까지 치솟은 탓이다. 전년 동월비 취업준비 인구 증가폭도 지난 4월 2만명에서 5월 8만4000명, 6월 11만5000명, 7월 11만명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일자리 확충에 나서면서 기존 취업자들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더 나은 직장을 찾겠다며 공무원시험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를 민간의 채용을 이끌어내는 마중물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눈높이를 높여 공시족만 양산하고 중소기업 구인난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사설] 공시족 양산하는 사회 희망이 없다
입력 2017-09-05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