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요즘 진지하게 되묻곤 하는 질문이다.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을 가늠하며 언제 불안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을까마는 요즘에는 과거와 다른 점이 많아서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말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경착륙 우려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왔다.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지속하며 경제성장률이 개선되고, 기업실적 개선 기대로 코스피는 올해 들어 20% 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타나는 상황들을 고려하면 한국경제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추진되며 그간 금융시장을 뒷받침하던 초유동성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 미 연준은 2015년 말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이제 곧 막대한 보유 자산 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점진적인 기조를 취하며 시장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하반기 중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여타 선진국들도 완화 기조 축소 기대가 점증하며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달러 강세, 국제금리 상승 등으로 부채 규모가 높은 일부 신흥국들에 금융 불안이 발생하거나 랠리를 거듭해온 자산가격에 조정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으로 보호무역주의 파고도 걱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등을 이유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국들을 거칠게 밀어붙이고,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한·미 FT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까지도 고려하라고 언급했다.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 자유무역에 앞장서 온 선진국들이 자국의 경제·정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예전과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미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사드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 리스크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하반기 한국경제에 큰 우려 요인이다. 과거 북한의 도발은 그간 학습효과에 의해 금융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이제는 ICBM 발사, 핵실험으로 레드라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정책 전환 가능성 등으로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에서 북한 리스크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일례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잇단 지정학적 불안 상승으로 한국경제의 이벤트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아직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영향 받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외환시장에선 외국인의 환헤지 수요가 일부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하락하는 것과 달리 상승하는 모습이다.
군사적 충돌 등 극단적인 사태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북, 미 모두 대화를 위해선 상대방의 행동이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화해모드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북 간 교착상황 타개 및 향후 대화 시 협상력 제고를 위해 최근 6차 핵실험에서 보듯 양측의 보다 큰 위협 행동이나 협박이 이어지면서 소비 및 투자 등 경제심리에 영향을 주고 외국인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및 자금 회수를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전히 중론은 미 연준 등의 점진적 정책 기조, 글로벌 교역 개선 등으로 하반기에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리라는 것이나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 처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정학적 긴장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장 안정에 힘쓰는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및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를 면밀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경제시평-정규돈] 과거와 다른 삼중고
입력 2017-09-05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