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소비자 의견을 불만 접수와 민원 처리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종됐던 제품을 소비자 요청으로 재출시하거나 용량을 달리한 제품으로 선보이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다.
오리온은 소비자 의견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VOC(Voice Of Customer) 사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전 임직원이 수시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고 5일 밝혔다. 오리온 측은 “전사 차원에서 소비자 의견을 분석해 그 결과를 제품과 경영 활동에 빠르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소비자의 불만 요소를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신제품 개발 및 기존 제품 개선에도 적극 반영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식품업계가 식품 안전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 사항을 접수하는 창구만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최근 SNS 등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 의견이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 전부터 제품 홍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오리온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초코 비스킷인 ‘다이제’를 미니 사이즈로 출시했다. 한입 크기로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코파이 바나나’도 최근 소비자 의견에 따라 우유 함량을 늘리고 식감을 개선했다.
시장에서 사라졌던 제품을 소비자들이 다시 살려낸 경우도 있다. 지난 1일 농심은 2009년 단종됐던 ‘감자탕면’을 새롭게 출시했다. 농심은 국내에서 제품을 단종시킨 이후에도 일본이나 중국 등 돼지고기국물에 익숙한 해외에서 제품 판매를 계속해 왔는데 해외에서 제품을 맛 본 소비자들이 재출시를 꾸준히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은 지난해 ‘보글보글찌개면’을 재출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7년째 운영 중인 ‘농심 주부 모니터’ 소비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들의 의견이 화제가 되면서 제품 출시로 이어지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2005년 출시됐던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를 지난 3월 다시 선보였다. 출시 당시 주력 제품 주문량을 우선 생산하게 되면서 토마토마는 1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지난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제품을 다시 출시해 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이 하루 조회수 9만여건에 달할 정도로 화제가 되면서 해태제과는 토마토마를 재출시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식품업계 “우리 개발팀장은 고객님”
입력 2017-09-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