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을 1개월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직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학생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장실습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학생들이 직접 기업에서 일하며 취업역량을 기르는 교육 과정으로 현재는 6개월씩 이뤄진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 직업계고 학생들이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는 교육부의 현장실습 개선 방안이었다. 정부는 개선이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개악이라고 토로했다. 남모(17)군은 “(실습이 줄어드는 것은)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특성화고 학생들을 뽑을 명분이 사라진 것”이라며 “같은 능력과 임금이면 굳이 갓 졸업한 고등학생을 뽑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모(17)군은 “현장학습을 통해 취업에 나갈 수 있다는 특성화고의 장점이 줄어들 수 있다”며 “취업보다 전문대 진학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현장실습을 6개월 이내에서 1개월 안팎(최대 3개월)으로 줄이는 등 기존의 근로 중심에서 학습 중심 실습으로 전환하는 게 주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지속적으로 노동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해 온 현장실습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이 클 수 있는 점도 고려해 시범 운영을 거쳐 2020년 전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현장실습 자체를 아예 줄이겠다는 것으로 취업이 중요한 학생들의 입장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실습기간이 줄면 조기 취업 효과도 사라지고 현장교육이라는 취지도 제대로 살리기 힘들다는 우려가 많다. 김모(17)군은 “특성화고는 취업 중심인데 실습 1개월은 너무 적다”며 “고졸 졸업생을 뽑으려는 회사와 졸업 후 바로 취업하려는 학생에게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전략본부 국장은 “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착취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조합, 학부모, 학생 등 당사자들 간의 충분한 협의 속에서 올바른 교육 속에서 현장실습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직업계高 ‘한 달 현장실습’ 논란… 학생 ‘입장’이 빠졌다
입력 2017-09-05 05:03 수정 2017-09-05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