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과 미국에 동시 특사를 파견하자”며 북·미, 남북 간 ‘투트랙 대화’를 제안했다. 추 대표는 전날 북한의 6차 핵실험 단행과 관련해 “정부여당은 조치 가능한 모든 군사적 수단을 강구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대화 노력을 중단하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며 “북·미 간 대화를 가능한 한 적극 촉구·중개하는 동시에 끊어진 남북대화 채널을 가동시키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의 ‘안보 무능’ 비판에 대해선 “자신들이 남북 간 모든 대화 수단을 끊어놓고 이제 와서 한반도 긴장을 탓하는 건 어떤 논리냐”고 반박했다. 야권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외면한 채 안보 이슈를 현 정부 공격에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 대표가 대북 대화 기조를 강조하자 하태경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해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추 대표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해결을 위해 부동산 투기와 토지 불로소득 등 ‘지대(地代) 개혁’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로 징세를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이들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국민의 휴식권 보장과 ‘휴일 차별화’ 방지를 위해 올 추석 연휴 중간에 낀 10월 2일의 공휴일 지정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추 대표 연설 직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는 또 다시 불발됐다.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에 불참하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야3당 모두 인준안 직권상정에 반대해 무산됐다.
북한 핵실험 등 최악의 안보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일부 안보 관련 상임위를 제외한 국회 보이콧 기조를 유지했다. 국회는 개회 사흘 만에 파행을 빚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공영방송 장악음모 즉각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던 민주당 손혜원 의원, 피켓 시위에 쓴소리를 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과 마찰을 빚었다.
한국당은 5일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예정된 정우택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취소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장외집회를 서울 광화문 또는 서울역에서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2005년 한나라당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 이후 12년 만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됐는데 5000만 국민이 핵 인질이 됐다”고 말했다.
정건희 이종선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추미애, 北·美-南·北 ‘투트랙 대화’ 제안
입력 2017-09-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