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솔 과일 등 각종 향이 나는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계속 흡연할 확률이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 성공률도 더 낮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조사한 결과 현재 흡연자(4360명)의 65.5%가 가향담배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흡연을 시도했을 때 담배 향이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흡연 경험자(5715명)의 70.6%는 ‘그렇다/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13∼39세 남녀 9063명을 대상으로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젊은 여성 흡연자의 73.1%가 가향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돼 남성(58.3%)보다 많았다.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가 가향담배를 가장 선호했다. 가향담배를 찾는 이유로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47.1%)가 가장 많았고, ‘기침·목이물감 등을 없애서’(30.3%) ‘향이 냄새를 없애줘서’(23.3%) 등이 뒤를 이었다.
가향담배는 흡연을 시작한 사람이 계속 흡연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를 한두 모금 들이마시며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사람은 현재도 흡연자일 확률이 일반담배에 비해 1.4배 높았다.
가향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흡연자 10명 중 7명(69.2%)은 계속해서 가향담배를 찾았다. 일반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사람도 32.8%는 도중에 가향담배로 바꿨다. 금연 비율도 일반담배에 비해 낮았다. 가향담배 흡연자 가운데 현재 금연(최근 30일 기준)하는 비율은 20.9%에 불과했다. 일반담배의 금연 비율(26.2%)보다 낮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향담배의 악영향이 문제가 돼 판매가 금지되는 추세다.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모든 담배에 가향물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멘솔담배 외 가향담배를 금지했다. 2020년에는 멘솔담배도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모든 가향담배의 판매를 내년 4월부터 금지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밝힌 비가격 금연정책에 따라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가향담배를 규제할 구체적인 입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본은 “지난달 21일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담배나 담배연기 성분 시험법에 대한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획득했다”며 “앞으로 담배 성분 실험 결과는 95개국에서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본은 2015년 10월 흡연폐해실험실을 열어 흡연의 인체 유해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멘솔 등 가향담배 피울수록 금연 어렵다
입력 2017-09-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