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맞은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정부, 불안해소 주력

입력 2017-09-04 18:50 수정 2017-09-04 23:36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 관련 대응책 논의를 위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 부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성호 기자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대외 상황이 악화되면서 ‘트리플 약세’(원화 가치, 국채 가격, 주가 지수 동시 하락)가 금융시장을 지배했다. 정부는 잇따라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융·외환시장에서 불확실성 확대는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언제까지 금융시장을 흔들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4일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전 거래일보다 10.2원 뛴 113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 급등은 원화 가치 급락을 의미한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30원을 넘기는 지난달 23일 이후 열흘 만이다.

국채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금리가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돈이 쏠리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KRX 금시장에서 금값은 1.74% 뛴 g당 4만8400원을 찍었다.

그나마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시장에선 지난달 북한의 ‘괌 폭격 위협’ 때부터 북한 리스크가 꾸준히 반영되면서 충격을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40.80포인트 급락해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하락폭을 줄여 28.04포인트 내린 2329.65로 마감했다. 개인은 3438억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외국인은 66억원, 기관은 3167억원을 쓸어 담았다. 코스닥지수 역시 11.10포인트 하락해 650.89로 장을 마쳤다.

위기감이 시장을 장악하자 정부와 통화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 핵실험과 추가 도발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외환시장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실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24시간 금융시장 감시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16개 시중은행에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실물경제 확대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과 통상, 에너지 등 실물경제 동향을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의 파장’이 어디까지 악화될지 알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극단적인 국가 위기상황만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한 이슈가 어떻게 될지는 사실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위기가 장기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에 추석 등 수출 호재로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주옥 한화증권 연구원은 “과거 핵실험 때 코스피지수는 10일 안에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공식화하면서 미국이 대북 정책을 초강경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 조정이 다소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