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비판 했다고 ‘묻지마 세금폭탄’… 캄보디아데일리, 정부 압력에 폐간

입력 2017-09-04 18:58

정권 비판에 앞장서 온 캄보디아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가 4일(현지시간) 마지막 신문을 발행하고 폐간됐다. 캄보디아 훈센 정권은 ‘세금’을 무기로 신문사 문을 닫아버렸다.

캄보디아데일리는 이날 정부의 징벌적 과세에 폐간호를 발행하면서 1면(사진)에 정권이 켐 소카 캄보디아구국당(제1야당) 대표를 반역죄로 체포한 사진과 기사를 실었다. 제목도 ‘노골적인 독재정권으로 전락’으로 뽑았다. 경쟁지인 크메르타임스도 “세금 고지서가 신문사의 관에 못을 박았다”는 제목으로 캄보디아데일리의 폐간 소식을 알렸다.

앞서 캄보디아 재무부는 지난달 5일 “캄보디아데일리가 10년 동안 630만 달러(약 71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연체된 세금을 한 달 내에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신문은 “세무조사도 없었고 적법한 과세 절차도 생략됐다”고 반발했지만 당국은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캄보디아데일리는 결국 “정부의 초법적인 위협에 신문사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고, 조디 드종 편집장은 AFP통신에 “캄보디아 언론자유에 암흑기가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캄보디아데일리는 1993년 미국 언론인 버나드 크리셔가 언론자유 확산과 언론인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일간 영자신문으로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충실해 왔다. 32년간 철권통치를 이어 온 훈센 총리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훈센 총리는 폐간 전날에도 “(캄보디아데일리가) 우리에게 투명성을 가르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세금을 안 냈다”고 비난하며 ‘도둑’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훈센 주장과 달리 정권이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