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가난해야 장학금 준다…성적장학금 폐지 확산

입력 2017-09-05 05:00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도 성적장학금을 폐지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강대는 내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이를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다산장학금에 전액 배정한다고 지난 1일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4일 “성적장학금을 다산장학금으로 전액 배정하면 국가장학금까지 합쳤을 때 전액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기존 12.6%(0∼3분위)에서 18.2%(0∼6분위)까지 늘어난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때문에 공부에 소홀해 성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혜택을 늘렸다. 당시 염재호 총장은 “대학은 성적을 잘 받아 취업하려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학문의 전당”이라며 “(장학금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한 수단에 머무르는 걸 바꿔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대학들은 이미 성적장학금을 줄이고 저소득층 학생 지원을 늘리고 있다. 아예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는 대학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들 사이에선 환영보다 불만의 목소리가 더 크다. 매학기 성적장학금을 받아온 서강대 4학년 성모(24)씨는 “매년 성적장학금을 조금씩 줄이는 것만 해도 불만이 컸는데 아예 없애버릴 줄은 몰랐다”며 “공부할 의욕을 완전히 꺾으려는 처사”라고 말했다.

성적장학금이 오히려 빈곤 사각지대의 차상위층 학생에게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학교 3학년 황모(22·여)씨는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다산장학금 수혜 대상에선 제외됐다. 황씨는 “다산장학금은 애초에 받을 수 없어 죽어라 공부만 했는데 이제 공부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될 것 같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였다.

학교 결정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졸업생 임모(24·여)씨는 “고려대도 성적장학금을 폐지할 당시엔 진통을 겪었지만 지금은 저소득층 학생의 성적이 크게 오르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는다”고 환영했다.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처음엔 갈등이 컸지만 지금은 현 장학제도의 지향점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계곤란 장학금 수혜 기준이 합리적인가도 논란거리다. 한국장학재단은 범정부복지표준인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소득 분위를 산정한다. 대학의 가계곤란 장학금도 이 산정 기준에 따라 지급된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국세청 자료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자영업자 소득 파악 등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도 “소득 분위 산정이 일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