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입찰 담합으로 기소된 대형 건설사들이 12년 만에 첫 재판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짬짜미’를 반성하며 건설업계가 스스로 약속했던 기금 마련이 2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건설사 차원의 진심어린 반성과 결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일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역대 최대인 3조5495억원 규모의 입찰을 담합해 일감을 나눈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10곳과 임직원 20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5일 열기로 했다.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는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SK건설 등 10개사다. 이들은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12건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입찰 수주 순번을 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동안 잊혀졌던 담합 논란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재판을 계기로 사회공헌기금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GS건설 등은 4대강 담합 적발로 공공공사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행정제재를 받았다가 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총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모금액은 47억1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 2년간 국정감사 때마다 논의가 됐지만 건설사는 상황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고 8·2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 경기가 식으면서 경기가 침체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 실적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삼성물산 등 6개 건설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8100억원, 1조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24.7%, 순이익은 574% 각각 증가한 수치다. GS건설은 국정농단의 온상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7억8000만원을 쾌척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청약 고공행진도 이어지는 중이다. GS건설의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지난 1일부터 3일간 견본주택에 총 2만5000여명이 방문하며 성황을 이뤘다. 결국 건설사들이 돈벌이는 이어가면서 ‘과거 일’이라며 담합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사회공헌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이 무너지면 산업이 통째로 무너진다는 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며 “업황의 어려움을 논하기 전에 약속부터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비즈카페] 반성 없는 역대 최대 담합 대형 건설사들
입력 2017-09-0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