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설’이 아니라 ‘건축’의 시대입니다. 저는 감히 UIA 세계건축대회를 기점으로 서울이 ‘건축의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UIA(국제건축연맹)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개막식에서 ‘건축의 시대’를 선언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박 시장은 “그동안 한국에서 건축이라고 하면 건설의 동의어로 해석되곤 했다”며 자신이 임기 중 해온 도시재생 사업,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 서울시 총괄건축가 도입 등을 ‘건설에서 건축으로의 대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을 방문한 각국 건축가들을 향해 “이제 성장과 개발 중심의 ‘한강의 기적’은 잊어 달라”고 주문하고 “이전이 낡은 곳을 철거해서 새롭게 개발하는 ‘개발의 시대, 건설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역사와 문화가 우선되는 ‘재생의 시대, 건축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UIA 세계건축대회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 건축계의 최대 행사로 ‘건축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세계건축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베이징, 도쿄에 이어 세 번째다.
박 시장은 기조연설에서 ‘서울 건축가’로서 건축행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먼저 “좋은 도시는 스펙터클한 건축이 빛나고 천편일률적으로 정리된 도시가 아니다”라며 “작고 낡은 건물, 좁은 골목길이 살아있고, 걷기에 좋고, 걷다가 쉴 수 있고, 함께 모여서 담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밝혔다. ‘공동체가 살아있고, 시민이 연대하는 도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존중되는 도시’ 등도 좋은 도시로 꼽았다.
박 시장은 이어 “서울은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전략을 선택했다”면서 서울역고가를 보행로로 재생한 ‘서울로 7017’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과 보행도시, 공공건축 등은 도시공간의 공공성과 공동체 회복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양적 성장과 개발을 하면서 도시의 공공성이 많이 훼손됐다”며 “도시공간의 공공성 훼손은 공동체 붕괴와 인간성 상실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세계건축대회에선 건축계 거장들의 강연과 전시, 학술대회, 시상식, 건축문화투어 등이 7일까지 이어진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박원순 “한강의 기적은 잊어 달라… 이제 ‘건축’의 시대”
입력 2017-09-04 18:15 수정 2017-09-04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