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혀온 크루즈 산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맥을 못 추고 있다. 해양당국은 중국 관광객을 대체하기 위한 시장 다변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손을 떼자니 크루즈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아쉽다.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에 크루즈 산업이 ‘계륵’이 돼 버렸다.
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크루즈 관광객은 33만7737명으로 집계됐다.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크루즈 관광객은 60만∼70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195만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크루즈 산업의 추락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크루즈 관광객의 85∼90%는 중국인이었다. 1∼2월 매달 1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관광객 수는 3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국 콘텐츠 금지령)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1만∼2만명대로 주저앉았다.
해수부는 뒤늦게 중국을 대체할 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등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동아시아 지역의 크루즈 관광객은 400만명 수준이다. 이 중 중국 관광객이 약 220만명을 차지하고 있고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등이 나머지 180만명을 나눠 갖고 있다.
해수부는 우선 대만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대만 여행사가 지난 7월 대만-일본-한국 코스의 크루즈 시범운항을 두 차례 가졌고, 9월에도 두 차례 시범운항이 추가 추진된다. 기존에는 단체 크루즈 관광객에게만 적용되던 비자면제를 개인관광객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또 아시아크루즈협의체(ACC)에 소속된 국가의 선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대체 시장으로 언급되는 주요국들이 중국보다 지리적으로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을 방문하는 크루즈 여행 코스는 한반도 남쪽인 제주·부산항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규모 자체도 중국에 비할 바가 못된다. 해수부가 기대하는 내년 대만 크루즈 관광객 수는 6만명가량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크루즈 산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 세계 크루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경제적 파생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크루즈 산업이 국내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5조원을 넘었다. 관광객들이 방문도시에서 쓴 돈만 2조465억원에 달하고, 생산유발 효과는 3조4463억원으로 추산된다. 고용유발 효과는 2만4763명이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크루즈 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이 인구의 3∼4%에 달한다”며 “중국 인구의 1%만 크루즈를 탄다고 가정해도 한 해 1300만명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갈등상황이 해소될 경우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 필요성은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됐다. 해수부는 부산 국제 크루즈부두 확장사업 등에 총 154억원을 배정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사드 보복 파고에 비바람 맞는 크루즈산업
입력 2017-09-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