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이 금융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졌다. 4일 코스피는 개장하자마자 4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310대로 주저앉았다가 28.04포인트(1.19%) 내린 2329.6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오른 1130원대로 마감됐고 국채 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코리안 리스크(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가 불거질 때마다 반복된 패턴이다. 예고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시장 충격은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렇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북한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고 있고 근본적 해결이 쉽지 않다”며 “금융·외환시장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실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중한 경제 상황임을 감안해 부총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시장을 챙긴 것은 적절했다. 작금의 상황은 과거 핵실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북핵 위기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북한이 다음달까지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도록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 상태에 놓여 있다. 1분기 1.1% 반짝 성장했다가 2분기 들어 성장률이 0.6%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고 경기를 떠받쳤던 건설업 등이 부진한 탓이다. 8·2 부동산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등 영향으로 건설업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북핵 리스크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로 전이된다면 우리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단계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정밀하게 수립해 가동해야 한다. 위기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비상한 각오로 한 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때다.
[사설] 북핵 리스크 실물경제로의 전이 경계해야
입력 2017-09-04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