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인수·합병)에 소극적인 재벌의 보신주의를 비판했다. 반년마다 발표하는 기업결합 통계자료에서 대기업집단을 특정해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4일 올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집단이 전반적으로 기업결합에 소극적이었다. 신산업 진출 및 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결합도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은 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건)보다 줄었다. 그나마 금액은 6조8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삼성과 하만의 기업결합(9조4000억원) 건을 제외하면 5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기업결합 가운데 특히 대기업집단 비계열사 간 기업결합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33건에서 올 상반기 27건으로 줄었다. 금액 역시 ‘삼성-하만’ 건을 제외하면 6조4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계열사 간 기업결합이 주로 대기업집단 내 구조조정이라면, 비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신산업 진출 및 역량 강화 성격을 강하게 띤다.
공정위는 “외국기업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정보통신·방송·전기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히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을 포함해 공정위가 심사한 전체 기업결합 건수는 295건, 금액으로 247조6000억원에 이른다. 건수는 8.5% 증가했고, 금액은 6.9% 줄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유보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모습이 기업결합 통계에서도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공정위 “대기업 M&A 소극적” 이례적 쓴소리
입력 2017-09-04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