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한다] 권영진 대구시장 “지방분권 실현 과제는 재정·인사·입법권 이양”

입력 2017-09-05 18:49 수정 2017-09-05 22:17
권영진 대구시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방분권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지난 3월 3일 열린 ‘지방분권 개헌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방분권을 외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각 지자체도 지방분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방분권 시대를 맞기 위한 각 지역의 활동을 전하는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한다’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지방분권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정신’

권영진 대구시장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소속 당이 사안마다 각을 세우고 있지만 그는 새 정부가 강력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의지를 천명한 것에 대해 “시대정신과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목표를 잘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제2국무회의 신설을 정부와 논의 중인 만큼 이를 통해 분권 로드맵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지방분권 측면에서는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권 시장은 5일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지방분권이 대통령 등 특정 개인의 화두가 아니라 우리시대의 소명과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각 시대마다 국가와 민족에게 주어진 소명과 과제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에는 독립, 해방 후에는 건국, 그 이후에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다”며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은 ‘통일 대한민국’과 ‘분권 대한민국’”이라고 정의했다.

권 시장은 또 “그동안 중앙정부와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된 탓에 국정 혼란과 권력 독점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중앙권력을 분산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이뤘는데 우리나라 역시 지방분권을 통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4차 산업시대 선도 국가 등 ‘더 큰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필요성도 주장했다. 개정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중앙과 지방의 권한과 재원을 명확히 구분하는 한편 재정권과 조직권, 입법권 등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중앙 예속과 심각한 지역 간 불균형으로 인한 국가 성장의 한계가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한 집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시장은 “현재 헌법 8장에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117조·118조)은 두 개 뿐인데 지방분권과 관련된 더 많은 내용이 보충돼야 한다”며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과 조직, 인사, 입법과 관련된 권한을 지방에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해야

권 시장은 개헌만 기다리고 있는 것도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분명 개헌이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진통이 예상되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법률과 대통령령(시행령) 개정 등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구시 국장 자리는 13개로 묶여 있는데 이는 인구수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것이어서 시장이 국장급 부서 하나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며 “대구·경북의 사활이 걸린 통합신공항 이전을 담당하는 공항추진본부가 행정안전부의 허가를 받아 1년 한시 기구로 운영되는가 하면 국가직인 일부 고위 간부자리는 행안부에서 보내주지 않으면 시장이 임명할 수 없어 지방 특색에 맞는 시정 운영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분권 대한민국 실현 로드맵의 궁극적 목표는 개헌이지만 개헌에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되고 개헌 전이라도 법률, 대통령령을 개정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심화돼가는 지방재정의 경직성도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재정 자율성 경직,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예산 부담 증가, 공무원 증원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 갈수록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 분권을 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도 자주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권 시장은 “정부와 지방의 국세·지방세 비율을 현 8대 2에서 7대 3으로 바꾸고 궁극적으로 6대 4로 만드는 문제도 세법 개정으로 바로 바꿀 수 있다”며 “법을 개정해 지방세 비율만 높인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균형을 고려한 또 다른 법적 장치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분권은 대구·경북의 미래

권 시장은 지방분권이 대구·경북의 미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 등이 지방분권을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와 경북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대구시에서 육성한 미래형 자동차와 물, 의료, 에너지, 사물인터넷 산업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은 중앙집권 체제로는 대응할 수 없다”며 “유연하고 강력한 지방분권체제로 지역 간 혁신 경쟁을 이끌어내야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또 “대구·경북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만들어야 경북도 살고 대구도 산다”며 “대구·경북을 단일 경제·생활권으로 만들어 놓고 외부와 연결해야 대구·경북도 발전하고 지방분권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2011년 전국 최초 지방분권 조례 제정 등 지방분권 실현 앞장 선다

매년 학술대회·토크쇼 등 개최… 개헌 촉구 결의문 국회 전달키로

대구시는 지방분권운동의 발상지(發祥地)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방분권이라는 개념이 부족하던 200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에서 지방분권운동이 시작됐다. 2011년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2012년에는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해에는 대구지역 8개 구·군이 모두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전국 최초로 광역과 기초 지방분권협의회가 연대하는 ‘대구시 지방분권협력회의’를 출범시켰다. 올해 초 전국 최대 규모(5000여명)의 ‘지방분권 결의대회’를 개최해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대구시민의 열망을 정부와 수도권에 전달하기도 했다.

해마다 ‘찾아가는 구·군 분권 토크’ ‘지방분권 대학생 홍보단 구성’ ‘지방분권 관련 학술대회 개최’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지방분권을 소개하고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전국 분권협의회’를 개최하고 같은 날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대한 지역의 의지와 역량을 모으기 위해 민·관·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지방분권 개헌 실천 대구범시민 결의대회’도 개최한다.

지방분권 개헌의 전국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대구에서 출발해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알리는 행사도 오는 20∼22일 진행할 계획이다. 22일에는 지방분권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담은 지방분권 개헌 촉구 결의문을 국회 개헌특위위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지방분권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대구는 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광역단체 15곳과 기초단체 14곳이 올해 2월 전국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했는데 협의회 공동의장 4명 가운데 대구지역 인사가 2명이 포함됐다. 시는 또 지방분권을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 간의 동맹인 ‘달빛동맹’ 공동과제로 지정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