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특정 영역의 차별·인권보호는 개헌 아닌 입법으로 해결 가능”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4일 “개헌 논의에 편승해 헌법적으로 채택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헌법 조문에 못 박으려는 논의가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심각한 사안이 동성결혼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국내 헌법학 및 법사회학의 권위자로 한국입법학회장,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그가 지적한 ‘정당화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의 핵심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헌법에 명시해 대통령·국회·사법부 등과 같은 헌법기관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뜻 아무런 해가 없는 듯 보이지만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우회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며, 헌법의 핵심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인권위는 현재 대통령 직속기구다. “헌법기관에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이를 위해 견제·균형 장치가 필요한데 인권위에는 이런 장치가 따로 없어 헌법기관화에 동의할 수 없다”고 최 명예교수는 말했다. 인권위의 구성 방식도 헌법기관으로서는 미흡한 면이 많다고 그는 분석했다. 국회나 대통령의 경우 국민이 선출했다는 민주적 정당성이, 사법부의 경우 이념적 차이를 떠나 법의 지배에 대한 신념과 자격으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인권위는 외형적으로 재판관과 비슷한 임명절차 외에는 헌법기관에 걸맞은 민주적 정당성이나 독립성을 갖출 장치가 없다는 이유다.
최 명예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초기 단계라면 인권기구의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론, 데모 등 국민의 의견표출 능력이 과잉이라 할 정도로 발전된 현 단계의 우리나라에서 인권위를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은 의문”이라며 “특히 국회와 행정부, 법원 등 헌법기관의 인권옹호 기능과 중첩된다”고도 했다.
결정적으로 “인권위의 헌법기관화는 동성애·동성결혼의 근거를 헌법적으로 보호하려는 통로 내지 우회로”라는 게 최 명예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인권위법 자체에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중 하나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고 있는데,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되면 동성애나 동성결혼은 자동적으로 헌법으로 정당화되는 근거를 가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는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 명예교수는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사회적 승인이나 의식의 문제”라며 “양성평등이든 노동이나 고용이든 특정 영역의 차별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정영화 전북대 교수 “동성혼으로 타인권리 침해 경우 그들의 자율성은 제한되어야”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헌법학) 교수는 지난달 24일 포럼에서 외국, 특히 미국에서 동성결혼 문제를 법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5년 5대 4로 동성 간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1표 차이였다. 이 결정으로 일부 주에서만 허용되던 동성결혼이 미국 50개 모든 주에서 합법화됐다.
다수였던 5인 재판관은 결혼 제도도 역사 속에서 변화해 왔다며 전통적으로 남녀 간에만 가능하도록 인정한 혼인의 개념을 넓혀 “국가가 혼인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새로운 세대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노예제도가 존속했을 때의 인종 간 혼인금지가 현대에는 폐지됐듯, 이제는 남녀 사이에만 혼인권을 보장해온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당시 4명의 재판관이 제출한 소수의견에 더 주목했다. 4명의 판사는 “혼인권은 헌법에 열거한 기본권이 아니며,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한 법률이 동성 커플의 생명이나 재산, 자유를 박탈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동성커플이 혼인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에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동성혼으로 인해 타인의 권리나 법익 또는 공동체의 가치 등을 해하는 경우에는 그의 자율성은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헌법에 명시할 정도의 천부적인 인권은 아니라는 견해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동성애·동성혼을 남녀 간 결혼과 동일한 의미로 수용할 만큼 합의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적어도 인권문제는 윤리적·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입법자가 공론의 장을 통해 최대한 공동체의 합의를 모색하되, 완벽한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우면 보충적으로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또 모든 성적 지향에 평등한 권리를 인정할 경우, 양성애자의 경우 이성과 동성의 배우자를 동시에 둘 수 있게 돼 오히려 관련된 개인의 존엄을 해하는 가족형태가 생기게 되고, 동성 커플이 어린이 입양이나 대리모 출산을 선호하는 점 역시 우려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런 일부다처나 난혼으로 발생하는 자녀와 부모관계 역시 자녀와 가족 구성원의 개인존엄을 해치거나 공동체의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일부 정치집단이나 사회세력이 동성애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동성결혼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인간 존엄의 내용을 오해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성 평등’ 뒤에 숨겨진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경계를
입력 2017-09-2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