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 핵실험] 레드라인 안넘었다는 靑

입력 2017-09-04 05:00

청와대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레드라인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시간적·기술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핵탄두의 경우 소형화, 경량화와 더불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많은 부분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그동안 쏘아왔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사일이 원하는 지점에 떨어진 건지, 재진입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은 논란의 소지가 많고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발표를 봐도 ‘완성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표현을 계속 말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대북 전략이 수정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북정책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전략적 목표와 전술 단계에서 국면에 대한 대응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면 아무래도 대화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도발 강도에 따라 최대한 우리 압박과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대화 기조보다는 압박과 제재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판단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레드라인의 기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 기준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기준을 좁게 해석할 경우 북한의 ICBM 기술과 핵탄두 기술이 완전해질 때까지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청와대가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ICBM’이라는 기준에 매달릴 경우 북한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우리에 대한 위협을 간과할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에 도달하는 핵탄두 탑재 ICBM을 개발했는지 여부는 이견이 있으나 북한이 노동미사일 등에 핵탄두를 실어 남측으로 발사할 능력은 확보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북한 핵·미사일 실험에 대해 조금 다른 평가를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다음 정부(문재인정부)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 상당히 어렵다”며 “남북 대화는 상당 기간 불가능해지고, 대화 국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자체도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4월 7일 경기도 평택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서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 도발을 하고 끝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잇따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평가’를 유지하는 것은 ‘압박과 대화’라는 기존 대북 전략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현실화된 이상 근본적인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용호 연세대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기술이 부족하다. 마지막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식으로 주장했지만 북한은 계속 그런 한계를 넘어섰다”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제 주변 국가의 위협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