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 핵실험] 잔칫날 ‘꽝’… 中 ‘전략적 인내심’ 시험대에

입력 2017-09-04 05:00

중국은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특히 이날 오후 중국에서 개막한 신흥경제 5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북한이 고춧가루를 뿌리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외교부는 휴일이고,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 행사로 분주한 상황에서도 이전과 달리 북한 핵실험 얼마 뒤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중요한 대내외 행사를 앞둔 중국은 북한을 향해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히 항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시기를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에 일부러 맞췄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각국 정상들을 불러놓고 개막연설까지 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시 주석이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기재함으로써 마오쩌둥 반열에 오르려는 19차 당대회(10월 18일 개막)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혀왔다. 지금은 ‘시진핑 2기’의 시작뿐 아니라 ‘절대권력’을 바라는 시 주석에게 조그만 흠집도 용납할 수 없는 시기다.

따라서 이번 핵실험은 시 주석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 중국 측의 대북 정책에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 압박이 거셀 때도 온몸으로 막아줬지만 뒤통수를 세게 맞은 꼴이 됐다. 북한이 잔칫날에 밥상을 엎어버린 상황에서 중국이 앞으로 얼마동안 더 전략적 인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과 가까운 지린성 옌지시와 장춘시, 백두산 천지 부근 등에서도 진동이 뚜렷이 감지됐고, 중국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중국 당국으로선 내부 민심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중국이 이날 핵실험 규탄 성명을 내면서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를 조금도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 급격한 대북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는 다음 달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더 이상의 정세 악화를 막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다. 아울러 끊임없이 ‘대화’를 강조해온 입장에서 급격한 입장변화를 내비치기 어려운 사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 스스로도 6차 핵실험은 넘어선 안될 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왔기 때문에 미국 등의 대북 제재 강화 요구에 일정 부분 응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가장 바라는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금지까지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이 ‘성의’는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행동은 북한에 심대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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