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 핵실험] ‘히로시마 원폭’ 3배 50∼70㏏ 추정… 수소탄 맞나?

입력 2017-09-04 05:00


북한은 3일 강행한 제6차 핵실험 직후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완전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 기술은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보지형 역시 완전히 바뀔 수 있는 매머드급 변수로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이날 실시한 핵실험은 역대 최대 규모다. 규모 5.7로 폭발력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10㏏)의 5∼6배 수준인 50∼70㏏으로 추정된다. 폭발력이 100㏏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후 불과 1년 만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핵폭탄의 3배 이상으로 폭발력을 증대시켰다. 하지만 이 정도 폭발력으로 이번 실험이 성공했다고 봐야 할지는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 실험의 폭발력은 기존 핵폭탄의 위력을 강화한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탄의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폭핵분열탄의 위력은 36∼50여㏏으로 추정되는데 50∼150㏏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수소탄은 적어도 수백㏏에서 1Mt(메가톤·1메가톤은 TNT 폭약 100만t 위력) 이상의 폭발력은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소탄은 폭발물질을 조정해 위력을 의도적으로 줄일 수도 있어 50㏏부터 수소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에 앞서 수소탄 폭발장치를 공개하면서 “핵탄 위력을 타격 대상에 따라 수십㏏에서부터 수백㏏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우리의 수소탄”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수소탄 개발에 집요한 의지를 보여 왔다. 수소탄은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로, 수소탄을 개발했다는 것은 핵무기 보유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6차 핵실험 후 북한은 핵무기연구소 성명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의의 있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완전한 핵무장을 위해 수소탄 보유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당시 “첫 수소탄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폭발력이 6㏏으로 수소탄 위력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약했다. 때문에 당시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북한은 첫 증폭핵분열탄 실험으로 분석되는 4차 핵실험 이후 1년8개월 만에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이 수소탄에 가까운 기술을 축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소탄 개발을 위해선 핵무기 소형화, 핵융합물질 대량 확보, 융합원리 및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9월 실시된 5차 핵실험에서 핵탄두 소형화는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 여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수소탄 개발에 돌입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 실험한 위력의 폭탄이 서울에 떨어진다면 적어도 히로시마 피해(16만명 사망)보다 3배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04년 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북한이 15㏏의 핵폭탄을 서울 상공에서 터뜨리면 62만∼122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 탄두를 미 본토까지 갈 수 있는 ICBM급 ‘화성 14’형에 장착해 미국을 강도 높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