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1483:17… 남자들만 가득한 총회

입력 2017-09-04 00:03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의 한 여성 총대가 지난해 경기도 안산시 안산제일교회에서 열린 교단 101회 총회에서 남성 총대들 사이에 앉아 회무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매년 9월이 되면 국내 주요 장로교단들이 일제히 ‘총회’를 엽니다. 총회는 각 교단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입니다. 총회에 참석해 결의권을 행사하는 대표를 ‘총대’, 혹은 ‘대의원’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매년 느끼는 점이지만 총대들 중 여성 수가 극히 적습니다.

국내 교단 중 예장통합과 대신, 기감, 기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이 여성안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예장합동과 합신, 고신 총회는 여성 안수제도가 아직 없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총대는 1500명인데 이중 올 9월 총회에 참석하는 여성 총대는 17명에 불과합니다.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죠. 교계에서는 교회 내 여성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여성 인구 비율도 50.1%이고 문재인정부 초대내각의 여성 장관(급) 비율도 31.6%,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도 17.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483:17’이라는 수치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이 같은 극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도 있습니다. 예장 통합 여성위원회는 교단 산하 67개 노회가 여성총대 1인 이상을 총대로 파송해 달라는 청원을 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여성 총대 할당제’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같은 할당제는 수년 전부터 총회에 상정돼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에 반해 할당제가 시행된 교단들도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국내 교단들 중 처음으로 여성할당제를 도입했고 총대를 10명 이상 파송하는 노회들이 여성 목사와 장로를 1명씩 의무적으로 파송하자는 결의도 했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2015년 여성총대 15% 의무화를 결정한 바 있죠. 이런 결정으로 이들 교단은 여성 총대가 전체 10%에 도달하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여성 할당제라는 ‘고육지책’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남성 중심의 한국교회 현실 속에서 제도의 보장 없이 자연스럽게 여성 총대가 늘어나길 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성 총대의 수가 늘어나는 건 교회 구성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총회 석상에서 빛을 발할 때도 많습니다.

해외교회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청년들까지 지도력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경우 총대와 실행위원을 선출할 때 여성과 청년의 비율을 30%까지 채워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남성들만의 교회가 아닌 이상 교회의 지도자들 중에도 여성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요. 교회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협력이 상식이 되는 날이 곧 다가오길 기대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