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소탄 시험 성공”… 레드라인 밟았다

입력 2017-09-03 18:26 수정 2017-09-04 00:2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핵무기연구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탄두에 장착할 수소탄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구소 방문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일로 추정된다. 북한은 3일 낮 12시29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북한은 중대보도를 통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지진 규모는 5.7, 폭발력은 50∼70㏏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3일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 실험이며, 실험은 성공적으로 단행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른바 ‘레드라인’에 근접한 만큼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응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ICBM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연이은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크게 위협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더욱 가중하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분야 기술을 더 이상 고도화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그동안의 고강도 제재·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만큼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 북핵 문제 해법으로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한반도 운전자론’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한국이 배제된 북·미 직접 대화가 이뤄지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오후 3시30분 중대보도를 통해 “북부 핵시험장에서 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시험은 ICBM 전투부(탄두부)에 장착할 수소탄 제작을 위한 위력 내부구조 설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험 측정결과 모든 물리적 지표가 설계값에 충분히 도달됐다”고 말했다.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은 낮 12시29분쯤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44㎞(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5.7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까지는 규모 3.9∼4.8에 그쳤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은 처음으로 규모 5.0을 넘었다(5.04). 그리고 이번에 규모 5.7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기록한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핵실험은 5차 핵실험보다 5∼6배, 4차보다는 11.8배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초대형 도발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무기 병기화 실태’ 종합 보고를 받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핵무력 강화의 길을 굴함 없이 걸어온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100% 국산화되고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이 주체화됐다”며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남북 대화 시도를 접고 강경 대응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을 거듭하면 대화를 하기엔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간다. 대북 정책을 긴 호흡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합참의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등 군사적 대응 방안을 시행키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후 트위터 글에서 “한국이 자신들의 대북 유화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며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내가 이미 한국에 얘기한 적이 있다. 한국은 그저 하나만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량국가인 북한이 그동안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 중국에 큰 위협이 됐고 그들을 당황스럽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함과 동시에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5차 핵실험 때 내놓은 “단호히 반대한다”는 표현보다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글=강준구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