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가장 먼저 부서지는 것은 아이들의 동심이다. 터키 해안에서 2년 전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와 지난해 8월 시리아 알레포에서 공습 이후 피투성이로 구조된 옴란 다크니시는 어른들의 전쟁 통에 놓인 어린이들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를 울린 세 살배기 두 시리아 어린이의 모습처럼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에서 최근 간신히 목숨을 건진 6세 예멘 소녀의 또 다른 사진이 전쟁의 참상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내전에 휩싸인 예멘의 수도 사나에 살던 부타이나 무함마드는 지난달 25일 새벽(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동맹군이 시아파 반군을 겨냥해 감행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렸다. 소녀는 14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지만 부모와 삼촌, 자매 5명은 모두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부타이나도 공습 과정에서 뇌진탕과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된 사진 속에서 부타이나는 눈이 떠지지 않을 만큼 심하게 멍들고 부은 얼굴이다. 앞을 볼 수 없어 답답했을 소녀는 억지로 눈을 떠보려 손가락을 갖다 대 눈꺼풀을 벌렸고 반쯤 떠진 눈 사이로 여전히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드러나 있다.
사진을 접한 전 세계 네티즌들은 부타이나와 같은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SNS 등에 올려 어린 소녀의 아픔에 공감하며 예멘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내전을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5년 3월 사우디가 이란과 연계된 시아파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개입하며 본격화된 예멘 내전은 그동안 어린이 1000여명을 포함해 1만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공항 봉쇄로 구호식량마저 반입이 어려워진 예멘에서는 올해 4월부터는 콜레라까지 창궐하면서 대부분 국민들이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공교롭게 부타이나 사진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시점은 난민 꼬마 아일란이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2주기가 된 때다. 터키 남서부 휴양지 보드룸 해안에 잠든 듯 엎드려 있던 소년의 모습은 당시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전쟁 난민의 비극을 일깨웠고, 유럽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희생된 난민 소년의 고모 티마 쿠르디는 2일 터키 현지 언론에 “전쟁 난민에 대한 시선이 다시 차가워지는 데 불과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일란의 모습에 함께 울던 사람들은 이제 테러 공포로 인해 난민들과 무슬림 이주민을 외면한다”면서 “누구나 난민 또는 이주민이 될 수 있다”고 난민의 아픔에 공감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자신의 조카 이후에도 수천명의 난민 아이들이 희생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난민을 양산하는 근본 이유인 전쟁을 끝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여섯 살 예멘 소녀 부타이나… 비극의 목격자
입력 2017-09-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