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핵실험을 단행했다. 지난해 1월과 9월 4, 5차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해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이어졌던 이른바 핵실험 ‘3년 주기’를 깨더니 이제는 주기 자체가 무의미한 도발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강변하고 있다.
3일 6차 핵실험은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가 100% 국산화되고 모든 핵무기 제작 공장이 주체화돼 앞으로 강력한 핵무기들을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로 활용할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실태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았다”며 “우리 핵 과학자, 기술자들은 첫 수소탄 시험에서 얻은 귀중한 성과를 토대로 핵전투부로서의 수소탄의 기술적 성능을 최첨단 수준에서 보다 갱신했다”고 밝힌 뒤 곧바로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당시에도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완결단계’ ‘마감단계’라는 북한의 선전에 뒤따른 이번 6차 핵실험이 ICBM에 탑재할 수소탄두의 폭발력과 소형화, 경량화 여부를 실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특히 우리 정부에는 북한의 핵실험 주기마저 무의미해지면서 이제 핵 도발이 기술적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진행된다는 확증을 안겼다. ‘도발→국제사회 제재→도발’이라는 악순환 양상이 보다 명확해진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 트럼프정부 출범 후 탐색전 단계를 넘어 이제는 북한 스스로 강수를 두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질적 ‘장외 핵보유국’ 지위를 겨냥한 기술적 과시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능동적·전략적 노림수라는 관측이다.
특히 한·미·일 등 국제사회에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현 시점의 실체적 위협에 더해 수소탄과 핵탄두라는 미래의 추가 위협까지 공개하면서 사실상 ‘풀베팅 전략’에 돌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소탄 제작 보도를 내보낸 뒤 곧바로 핵실험을 실시하는 ‘2연타’로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결국은 실전배치가 최종 목표”라면서 “(핵·미사일 등 실체적 위협을) 만들어가면서 전력화된 부분들을 계속 과시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내용을 공개한 직후 관련 실험을 강행한 것 자체가 무기급 수소탄 개발을 기정사실로 확인하면서 핵무력을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물질 생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2년간 3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한 것 자체가 핵물질 생산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영변 핵단지 등지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추론과 더불어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北 6차 핵실험] 핵무기연구소 방문 직후 김정은 ‘핵 버튼’ 눌렀다
입력 2017-09-0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