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통화에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이르면 12월부터 은행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거래할 수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고객자산을 별도로 안전하게 예치해야 하는 등 규제를 받는다.
대표적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은 최근 1년 사이 가격이 악 8배 뛰는 등 ‘투기열풍’에 휩싸여 있다. 가짜 가상통화를 이용한 사기도 급증세다. 하지만 법적으로 인정받는 금융거래가 아닌 탓에 소비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지난 1일 가상통화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해 거래 투명성을 확보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는 가상통화 거래소는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으로 규율한다.
금융 당국은 가상통화를 법적 화폐나 통화로 인정할 수 없지만 무분별한 거래를 막기 위해 이번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고객이 가상통화를 사고팔기 위해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할 때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상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가상통화를 거래하려면 통상 자신의 은행계좌를 거래소에 등록한 후 거래소가 내준 가상계좌를 통해 입출금한다. 가상계좌에 입출금 시 대부분 본인확인 절차가 없다. 아예 가상계좌 없이 업체 계좌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은행이 가상계좌와 이용자 본인계좌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입출금 거래를 승인키로 했다. 본인확인 절차는 오는 12월까지 마련된다.
또 가상통화 이용자가 가상계좌에 거액의 현금을 빈번하게 입금하는 등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면 은행이 당국에 보고토록 했다.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의 적용범위에도 가상통화 거래 행위를 추가한다.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고객자산을 별도 계좌에 예치해 회사자금과 투자금을 분리해야 한다.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의무도 지켜야 한다.
가상통화 거래소들은 미국 등이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했는데 이런 방안은 빠져 있다며 아쉬워한다. 현재 미국 등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일본은 합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이 크는 속도에 비해 규제 속도는 느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주홍민 전자금융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상통화를 인정하거나 결제수단으로 정착이 되는 등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며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끌어들여 공신력을 부여하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은행 본인확인 거쳐야 비트코인 사고판다
입력 2017-09-03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