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2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가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끔찍하다”며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에는 여러 차례 한·미 FTA를 ‘일자리를 죽이는(job killing) 협정’ ‘최악의 협정’이라는 등으로 표현했다. 이때만 해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여졌다. 클린턴 전 장관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한·미 FTA를 앞장서서 추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상 선거가 끝난 뒤에는 한·미 FTA를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이 집중 부각되면서 한·미 FTA는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NAFTA 재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다시 한·미 FTA가 표적이 됐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자신의 성과와 대선공약 이행 여부가 논란이 되자 ‘재협상 아니면 폐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느닷없이 FTA를 언급했다. 그는 TV 카메라를 쳐다보며 일방적으로 “지금 바로 한·미 FTA 재협상에 착수했다”며 “공정한 협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후 “합의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 요구대로 FTA 재협상을 위한 회의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자 실망하고 폐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NAFTA 문제에서도 폐기와 재협상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NAFTA 재협상을 선언했다가 지지부진하자 한때 폐기를 선언했다. 이후 업계가 반발하자 이를 거둬들이고 재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다 최근 다시 멕시코의 협상 태도를 문제 삼으며 폐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재협상’ ‘폐기’ 오락가락… “내 마음 나도 몰라”
입력 2017-09-03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