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했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주기적으로 핵실험에 나섰던 북한이 최종 단계로 평가되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위기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민족의 운명을 담보로 잡고 벼랑에서 떨어져도 잃을 게 없다는 식의 전술을 구사하는 김정은의 무모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6차 핵실험의 폭발 위력은 지난해 5차 핵실험에 비해 5∼6배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는 핵실험 3시간 후 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무기를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전했다. 물론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를 보면 과장이 섞였을 것이다. 그러나 수소폭탄이 아니라 일부 핵융합 기술이 적용된 증폭핵분열탄이라고 해서 북한이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춘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으로 핵탄두를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한 뒤 ICBM 실험을 계속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단거리미사일을 여러 방향으로 번갈아 쏘며 발사체 능력 과시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거나 유사시 남한으로 전개되는 미군 전략자산의 기지가 있는 괌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거듭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로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더욱 강력한 제재로 압박을 계속하자 핵폭탄과 발사체를 모두 가지고 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최후의 협박에 나선 것이다.
이제 남북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는 북한의 핵 실전배치를 전제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지속한 ‘제재·대화 투트랙’이라는 대북정책 기조는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좋은 말로 달래며 선물보따리를 풀면 못이기는 척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빠져 있었다. 김일성, 김정일과 김정은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햇볕정책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려 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고, 김정은의 오판을 부채질했다.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보를 확고하게 다진 뒤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호소하며 선도적으로 움직였어야 할 타이밍에 응답도 없는 대화를 구걸했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무시하며 제멋대로 굴어도, 중국이 우리의 생존 문제를 놓고 경제 보복을 계속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심각한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핵무기를 제어하는 방법은 핵무기뿐이다. 전술핵 재배치 추진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듭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에도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북한 6차 핵실험 도발… 대북정책 새로 짜라
입력 2017-09-03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