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트럼프 “한·미 FTA 폐기 검토”

입력 2017-09-04 05:03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동북아 안보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은 협상용 엄포일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실제 폐기로 이어진다면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한·미 FTA 폐기를 추진하는 것인지, 협상 전략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참모들 사이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등 통상 라인은 폐기를 주장한다. 반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 핵 위협 와중에 한국과 무역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비롯해 한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FTA를 폐기하면 한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한·미 간 무역전쟁 시 오히려 미국이 불리하다면서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

한·미 FTA 폐기가 실제 관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파장에 묻혀 통상 이슈가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 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미제조업협회는 회원사들에 긴급 이메일을 보내 행정부와 의회를 접촉해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하라고 독려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의 항공 수출이 80억 달러(약 9조원)로 배 증가했고, 농산물 수출도 껑충 뛰었다”며 “FTA를 폐기하면 백악관과 업계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의 밴 세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의회 내 반대 목소리도 높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