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허리케인 ‘하비’ 수해 현장인 휴스턴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의 진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은 한·미 FTA 일부 개정이나 수정, 재협상을 넘어 협정 자체의 파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시화될 경우 양국 간 심각한 통상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치명적인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정부는 일단 진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양국 사이에 진행되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협상용 발언’이란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미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반발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농업계 등에서도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 낙관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의 부당성을 끊임없이 제기한 데다 당선 이후에도 “종료(terminate)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모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의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흑자는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한·미 FTA 폐기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통상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 정부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주도면밀하게 대처해야겠다.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사설] 심상찮은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발언 파장
입력 2017-09-03 18:17 수정 2017-09-03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