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입법 전쟁’… 여소야대 ‘협치 방정식’ 풀어라

입력 2017-09-02 05:02
문재인정부 첫 정기국회가 1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새 정부 초반 산적한 현안과 주요 법안, 정부 예산 등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입법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개회식에 이은 첫 본회의에서는 국정감사 대상기관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출석의 건 등이 의결됐다.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정기국회 초반 나흘간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어 11일부터 14일까지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 분야별로 대정부질문이 실시된다.

본격적인 법안 심사는 15일부터다. 여야는 27일까지 상임위원회 활동에 집중하고 28일 본회의를 열어 각 위원회에서 심사한 법안을 처리한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이 기간 각 당의 대선 공통공약 법안 등 비쟁점 법안 위주로 심사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 12일부터 20일 간은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여야는 각각 박근혜정부 ‘적폐청산’과 문재인정부 ‘신(新)적폐’ 프레임을 꺼내들고 정면승부를 펼친다. 11월부터는 예산안 심사와 쟁점 법안 협의 등 후반전에 돌입한다. 예산안은 법정 시한인 12월 2일 자동부의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지만 진통이 예상된다. 남은 쟁점 법안을 처리할 12월 7, 8일 본회의를 끝으로 정기국회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정기국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소야대다. 정부·여당은 개헌, 예산, 입법에 이르기까지 여야 간 첨예한 이견 속 복잡한 협치 방정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 국회의 고정 상수는 원내교섭단체 숫자를 의미하는 ‘4’다.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자유민주연합이나 지난해 총선 이후 국민의당 등이 포함된 3당 구도는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과거 다당제 국회에서는 3당이 여권에 가까웠던 반면, 이번엔 각 당 모두 색깔과 생존 목표가 뚜렷한 진정한 의미의 다당제가 첫 선을 보인다. 6석의 정의당까지 포함하면 원내 5당이 격돌하는 본격 난타전 국회가 예고돼 있다.

‘18’과 ‘36’은 각각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와 헌법개정 특별위원회의 위원 숫자다. 정치개혁과 개헌은 차기 권력구도와 정치 지형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서로 연계돼 있다. 두 특위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될 예정인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정치체제와 선거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올해 말을 목표로 개헌특위는 개헌안 초안, 정개특위는 정치제도 개혁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각 당의 정치적 입장과 계산이 상이해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178(조원)’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소요재원 추계다. 여야는 8월 결산국회에서 이미 공무원 증원 등 정부 정책의 재원조달 방안을 놓고 충돌한 전력이 있다. 야당이 철저한 예산 검증을 벼르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180’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의결정족수다. 어느 때보다 여야 이견이 심한 쟁점 법안이 많은 상황이다. 내년까지 이들 법안을 처리하려면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또는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의 국회선진화법 재개정 논의와 맞물려 초반 입법 드라이브의 승부를 가를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330(일)’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기한이다. 신속처리안건은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목적으로 하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180일), 법사위(90일), 본회의 자동회부(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번 회기(11월)에는 지난해 첫 패스트트랙 사례였던 ‘사회적 참사법’(가습기 살균제 및 세월호 특조위 관련)이 자동 상정된다. 여당은 이번에도 합의에 난항을 겪는 필수 법안을 패스트트랙 등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7102’는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의 건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100일 동안 모든 계류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정기국회의 성적표는 결국 입법 성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