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한동안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민 MC’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던 방송인 강호동(47)이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 출연작마다 큰 화제를 낳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호동의 전성기가 다시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이 그의 재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일까.
강호동의 최근 출연작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는 지난달 22일 종영한 ‘신서유기4’(tvN)를 꼽을 수 있다. 매주 화요일 밤 9시30분에 방송된 신서유기4는 게임과 여행을 접목한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강호동이 이끈 이 프로그램은 방영 내내 큰 사랑을 받았고,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인데도 시청률이 5%를 웃돌았다.
신서유기4의 인기는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은 매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설문을 진행해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달 신서유기4는 ‘무한도전’(MBC) ‘썰전’(JTBC)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L.POINT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내놓은 설문 결과 역시 비슷했다. 이 기관에서는 지난달 23∼24일 시청자 1만8000명을 상대로 최근 일주일(16∼22일) 동안 가장 재밌었던 예능 프로그램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여기서도 신서유기4는 무한도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강호동이 이끄는 ‘아는형님’ ‘한끼줍쇼’(이상 JTBC)의 인기도 상당하다. 토요일 밤 8시50분, 수요일 밤 10시50분에 각각 방영되는 아는형님과 한끼줍쇼는 매주 시청률이 5%를 넘나든다.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케이블채널 올리브에서 제작하고, 올리브와 tvN에서 월요일 밤 9시30분에 동시 방영하는 ‘섬총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첫 방송된 섬총사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6주 연속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률은 3%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강호동의 ‘변신’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강호동은 다른 출연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이었지만 현재는 다르다”며 “후배 방송인들이 마음껏 놀릴 수 있는 대상으로 변신을 꾀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2000년대 중·후반 방송계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2011년 9월 세금 과소납부 의혹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공백기를 가지면서 명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듬해 11월 ‘스타킹’(SBS)으로 복귀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지난해까지 강호동의 출연작은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다 막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달빛프린스’ ‘투명인간’(이상 KBS2)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별바라기’(이상 MBC)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SBS) 등이 대표적이다. ‘체육 버라이어티’를 내건 ‘우리동네 예체능’(KBS2)이 그나마 선전했지만, 이 프로그램마저도 지난해 10월 종영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막을 내리면서 강호동은 지상파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서 잇달아 흥행작을 내놓으며 반전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강호동은 과거엔 ‘원톱’으로 프로그램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실력이 대단한 방송인이니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다시 부는 ‘강’풍… 호동, 제2 전성기?
입력 2017-09-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