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계는 ‘인건비 추가 부담’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했다.
특히 기아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보복으로 인한 중국내 판매부진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통상임금 패소까지 겹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기아차는 31일 판결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며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이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면서 기아차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4223억원(3년 2개월치)이다. 하지만 5년 10개월치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전체 비용은 1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기아차는 공시했다. 지급 대상이 대략 3만명이기 때문에 노조원 1인당 3300만∼3400만원이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 노조원들은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당장 영업이익 적자 전환을 우려하고 있다. 재판부가 지급하라고 한 금액을 당장 지출하지 않더라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장부상으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1조원은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868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가 충당금을 반영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가 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낸다면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판결은 기아차와 자동차 업계를 넘어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 범위가 넓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통상임금 소송을 겪은 100인 이상 사업장은 전국 192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115개는 여전히 소송 중이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주요 기업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S산전, 쌍용자동차, 강원랜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한화테크윈, 현대미포조선, ㈜효성, 기업은행 등이다.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 매출액 상위 5% 기업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 3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5곳이 통상임금 패소시 지급해야 할 지연이자, 소급분 등을 포함한 비용 추산액 합계가 8조3673억원에 이르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대기업이나 공공기업들의 고임금 근로자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상여금을 부정기·비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통상임금 판결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받게 될 임금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판결로 인한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격차 심화를 해소하기 위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기아차 ‘사드’ 엎친데 ‘통상임금’ 덮쳐 … 산업계 불똥
입력 2017-09-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