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근로자 2만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인정 소송에서 법원이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10월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법원은 기아차에 대해 “직원들에게 추가 수당으로 422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근로자 2만7424명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대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근로자들은 “상여금과 식대, 일비는 통상임금”이라며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대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영업사원에게 지급되는 일비에 대해서는 “영업활동이라는 추가 조건이 필요하므로 고정성이 없다”며 제외했다.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회사 경영이 위태로워진다는 기아차 측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를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마땅히 지급됐어야 할 임금”이라며 “근로자들의 요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아차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판결난 금액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지급하라고 한 금액은 4223억원이지만 실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 1조원을 즉시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3분기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고 (경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면 김성락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노조의 요구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사법부가 판결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뒤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더 커졌다”며 “지급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중소기업은 기존 임금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강창욱 기자 listen@kmib.co.kr
통상임금 직격탄 기아차 “1조 부담… 3분기 적자 불가피”
입력 2017-09-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