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안도, 중3 혼돈, 중2 날벼락… 희비 엇갈린 교실

입력 2017-09-01 05:00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8월까지 대학입시 개편과 고교 교육 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윤성호 기자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되면서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중2다. 중3 선배들을 보고 새로운 수능에 대비하려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개편될 수능을 처음으로 치러야 해 졸지에 교육 실험의 첫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게다가 이르면 내년부터 국제고·외고·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된다. 고교 입학 전형도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도봉구의 한 중학교 박모(28·여) 교사는 “중2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라며 “교육부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능 개편을 처음으로 경험해야 했던 중3은 새로운 대입 체제에 적응할 필요가 없어져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교육과정은 바뀌는데 수능은 그대로인 ‘미스매치’ 문제는 감수해야 한다. 내년 고1부터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배우는데, 정작 수능 시험은 2009년 교육과정을 위한 형식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가령 통합사회·통합과학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수능에선 안 본다. 과학탐구Ⅱ는 새 교육과정에선 진로선택 과목으로 바뀌지만 수능 과목엔 포함된다. 정모(15)양은 “학교에서 배우는 걸 바탕으로 수능을 준비하는데 내신과 수능을 따로 공부해야 하면 공부의 양이 2배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2015년 교육과정에선 과학탐구Ⅱ, 기하와 벡터 등 일부 과목이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능 출제 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며 “현 중3을 위한 맞춤형 수능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3은 또 재수를 할 경우 부담이 커진다. 1학년 때만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을 개편 수능을 위해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1은 재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돼 안심하는 눈치다. 서울 최상위권 고등학교 1학년인 최모(16)양은 “혹시라도 재수를 하면 절대평가 확대와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 등 달라지는 게 많아 걱정이었는데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