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개입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부부가 재임 시절 국정원 직원을 상대로 다양한 ‘갑질’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 당국과 국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이 현재 파악한 원 전 원장 부부의 갑질 사례만 50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31일 “원 전 원장 부부가 국정원장 공관에 머물던 시기는 물론 서울 강남구 임시관저에서 생활할 때도 여러 무리한 요구로 직원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부인의 갑질은 원 전 원장 부부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라며 원 전 원장 부부의 갑질 사례를 일부 소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원 전 원장 부부는 공관 근무 직원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냉장고에서 물을 마시자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웠다고 한다. 원 전 원장 부인이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직원에게 “이번에도 공사를 잘못하면 남편에게 얘기해 인사 조치하겠다. 잘라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도 했다. 그는 “(원 전 원장 부부가) ‘텃밭을 잘 가꾸라’고 하니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고급간부가 직접 호미를 들었다는 얘기도 있다”며 “정예요원들에게 이런 일을 시켰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의 유난한 ‘개 사랑’도 국정원 직원들의 스트레스 원인이었다. 김 의원은 “(원 전 원장 부부가) 개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 같다”며 “(국정원) 경내가 넓은데 (강아지가) 도망을 다니니까 직원들이 일하다 말고 찾으러 가는 등 강아지 관리 때문에 직원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원 전 원장 시절 10명의 국정원 요원이 자살했다’고 폭로한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2014년 보고서와 관련해 “10명까지는 아니고, 제가 알기로는 5명 이내였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원세훈 부부 재임시절 ‘관저 갑질’ 저질렀다”
입력 2017-08-31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