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은 1900년대 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뒤편, 서민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930년대 일본식 주택, 60년대까지 있었던 도시형 한옥, 70∼80년대 슬래브집과 프랑스식 집 등이 남아있다.”
민현식 건축가는 31일 자신이 설계한 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취재진에게 공개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근현대 건물 등 68개동을 도시재생 방식으로 개조해 총 43개동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골목은 최대한 원형을 지키고 마당을 새로 조성해 마을의 모습을 갖췄다.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은 2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리는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무대로 사용된다. 이 마을에서는 20개국 38개팀의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탈바꿈한 이 마을 자체가 하나의 대형 전시이기도 하다.
배형민 서울비엔날레 국내 총감독은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집을 많이 짓는 것보다 집을 새로운 시대에 적응시키는 것”이라며 “일하는 곳과 주거지가 같아지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유한양행·현대제철 사옥으로 사용됐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도시건축센터’에서는 6개의 작품이 전시된다. 유한양행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의 건축 양식인 박공지붕 디자인을 활용한 ‘소셜미디어의 도시’와 자율주행자동차 센서를 활용한 영상 전시 ‘무인 자동차 비전’이 특히 주목된다.
30여개 한옥과 근현대 건물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새로운 도시 공유 양식을 제안하는 ‘다바왈라’ 전시는 디귿자 한옥 건물에 둘러싸인 중정마당과 대청마루에서 이루어진다. 도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수많은 도시락을 오차 없이 배달하는 인도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의 은회색 배달통이 전시되고 관련 영상이 상영된다.
비엔날레가 끝난 뒤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서울의 도시정비 역사와 기록을 보여주는 전시관, 한옥체험시설, 유스호스텔, 공방, 서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비엔날레의 또 하나의 주요 무대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세계 50개 도시의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도시전’이 열린다. 평양 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한 ‘평양살림’, 일본 도쿄의 오래된 가게들을 간직한 ‘야네센 거리’,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를 소개하는 ‘런던 프로젝트’, 오스트리아의 아파트단지를 보여주는 ‘빈 프로젝트’ 등 흥미로운 전시가 많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1900년대 서울의 뒤편·서민의 삶 그대로
입력 2017-09-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