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美에 ‘전술핵무기’ 재배치 언급 논란

입력 2017-08-31 18:47
미국을 방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 끝)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오른쪽 끝)과 회담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송 장관은 미 전략자산의 정례·순환배치 및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전시작전통제권의 신속한 전환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과정을 매티스 장관에게 설명했다.

사거리 800㎞에 탄두중량 500㎏ 미만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이 제한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문제도 논의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한·미 양국 일각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공식 회담에서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국방장관회담 후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전술핵 배치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전술핵 재배치를 전제로 한·미 간에 논의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국방부는 “미국의 핵 확장억제 실행력과 관련된 의제를 협의하면서 송 장관이 전술핵에 대한 국내 일각의 의견을 소개한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커지자 정부 관계자는 “한국 국민의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 야당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걸 미국 측에 설명하는 차원에서 원론적으로 언급된 것”이라며 “전술핵 배치를 전제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한·미 간 구체적 논의가 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측도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전술핵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우리 명분을 훼손시킨다”며 “정부는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술핵무기는 폭발력 수백㏏ 이하로 국지전 등에서 전술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소형 핵무기다. 전투기와 폭격기에 탑재하는 폭탄, 야포로 발사되는 포탄, 병사가 등에 메고 가는 핵배낭, 탱크 파괴용 핵지뢰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한반도에는 1958년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가 도입되기 시작해 1967년에는 950개가 배치됐다. 이후 조금씩 축소되다가 1991년 미국의 해외 전술핵무기 철수 발표에 이어 노태우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모두 철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대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술핵 재반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술핵 재반입은 정부의 비핵화 선언에 배치되고 북한에 핵무장 명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5개국에 200여발의 전술핵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도 거론했다. 정부 관계자는 “핵잠수함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언급됐다. 미국도 한국 정부와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은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hschoi@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