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조작 논문’ 백경희, 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내정

입력 2017-08-31 18:19 수정 2017-08-31 22:03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정부 과학기술 분야 고위직 3자리를 임명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에는 백경희(61)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백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숙명여고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5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 생명과학 분야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과학기술정책을 평가하고 연구 개발사업 예산을 조정하는 국무총리 산하 의사결정기구다. 다만 데이터 조작을 이유로 논문이 철회된 사실이 드러나 과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 내정자는 2004년에 해외 학술지인 ‘식물과 세포생리학(Plant and Cell Physiology)’에 게재한 논문을 2013년 철회했다. 논문에 실린 그림 6건의 현미경 사진이 조작됐고 반복 사용됐다는 점이 드러나서다. 백 내정자는 당시 논문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교신저자는 연구를 총괄한 인사들이 주로 맡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과정에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 및 후진 양성 등 여러 덕목 때문에 내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후임으로는 임대식(52)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박 전 본부장이 사퇴한 지 20일 만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는 염한웅(51)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임 본부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생화학 및 분자유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석좌교수까지 올랐다. 염 내정자는 서울대(학사)를 거쳐 포항공대(석사), 일본 도호쿠대(박사)를 졸업한 뒤 연세대와 포항공대 교수 등으로 재직했다.

이들은 50대의 신진 과학자이자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에 몸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 본부장은 지난 4월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발족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으로 일했다. 염 내정자는 지난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자문 기구인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과학기술 위원으로 영입돼 기자회견까지 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캠프 참여 경험도 인선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