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실물 경제 지표만 보면 한국경제는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리스크가 점증하고, 중국과 ‘사드(THAAD) 갈등’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이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를 10월은 돼야 알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회의를 갖고 연 1.25%인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금리 인상을 외치는 소수의견이 나올지 주목됐지만, 이번에도 금통위원 7명의 전원일치 동결이었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14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의 주된 이유로 북핵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사드 보복에 따른 대중(對中) 교역여건 악화가 꼽힌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 경제전망 발표 이후 상·하방 리스크가 새로 발생해 우리 경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를 끌어올리는 상방 요인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으로의 경기회복세 확대다.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은 조사국에서 내놓은 국내 경제 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조금 줄었지만 소비가 소폭 늘었고 건설투자와 수출이 굳건한 증가세를 보였다. 통신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가 늘면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7월 중 수출도 반도체, 선박 등 주력 품목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년 동월 대비 19.5% 성장했다. 한은 조사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늘고 있고 취업자 수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상황 여하에 따라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대외 리스크들이 있어 면밀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리스크는 단시일 내에 해결이 어렵다”며 “상당기간 지속되면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텐데, 그 영향 정도를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국내 경제가 당분간 개선 흐름을 보여 3%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단정하진 않겠지만, 북핵과 사드 리스크 때문에 3% 달성을 확언하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 총재는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늘면서 부채가 늘어나야 상환에 큰 문제가 없게 된다. 그래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가 가능하다. 이 총재는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부채 줄이기 연착륙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내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통위는 10월 21일과 11월 30일 두 차례 남아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인 ‘뚜렷한 성장세’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아직까지 한은은 국내 경기의 회복세를 확신하기에 부족하다며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인 이유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북핵·中 사드 보복’ 리스크에… 기준금리 14개월째 동결
입력 2017-09-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