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몰캉스·호캉스… 올여름 ‘대안 피서’ 늘었다

입력 2017-08-31 18:08 수정 2017-08-31 21:55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성모(32·여)씨는 이번 여름 여의도에 있는 IFC몰을 주말마다 방문했다. 딱히 목적 없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혼자 찾을 때도 있었다. 성씨는 “쇼핑하기 좋고 영화관과 서점도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다”며 “한여름 집에서 에어컨을 켜기 부담스러울 때 대중교통으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복합쇼핑몰에서 더위를 피했다”고 말했다.

성씨만의 일이 아니다. 빅데이터를 살펴보면 바다 대신 복합쇼핑몰을 찾는 ‘몰캉스’(복합쇼핑몰+바캉스)나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호텔에서 쉬는 ‘호캉스’(호텔+바캉스)가 뜨고 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이번 여름 휴가철에 복합쇼핑몰을 찾은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31일 밝혔다.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복합쇼핑몰 두 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비휴가철(3월 20일∼4월 20일)보다 이용회원수는 91.1%, 이용건수는 11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은 휴가철에 소폭 감소했다. 비휴가철과 비교할 때 A복합몰의 인당 이용금액은 4만4765원에서 4만4091원으로, B복합몰의 인당 이용금액은 2만9286원에서 2만8866원으로 소폭 줄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이승목 팀장은 “이용회원수는 늘었는데 인당 이용금액이 줄어든 건 시원한 복합쇼핑몰을 피서를 겸한 쇼핑 공간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캉스’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곳저곳 관광지를 찾거나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 여행보다 휴식을 택한 것이다. 휴가철 수도권 회원의 이용실적을 2014년 같은 기간 이용실적과 비교한 결과 수도권(서울·경기도) 호텔을 이용한 회원이 32.4% 증가했다. 이용건수도 30.2% 늘었다. 다만 이용건수 대비 인당 결제한 금액은 71만7849원으로 비휴가철(110만1417원)보다 떨어졌다. 이는 호텔업종의 성수기인 5월, 12월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낮다. 수도권 호텔을 이용한 고객들이 대규모 가족단위 숙박보다는 개인이나 연인 단위로 숙박을 예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휴가철 해외에서 결제한 회원은 3년 전보다 10.9% 줄었다. 이는 올해 5월과 10월 장기연휴가 있어 이때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더운 여름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을 피한 여행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시장동향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국민은 1262만762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늘었다. 올해 하반기까지 합치면 26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