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미루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이로 인한 혼란도 만만치 않다. 기존 1,2안을 뛰어넘는 진일보한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도 있다.
왜 미뤘나
교육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에서 두 가지 절대평가 전환 방식을 제시했다. 1안은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2안은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식이다.
두 안 모두 현재 입시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1안은 상대평가를 하는 3개 과목에 학습 부담과 사교육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절대평가를 하는 과목도 최상위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에겐 학습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크지 않다. 2안은 대학들이 정시모집을 없애거나 줄일 가능성이 높고 대학별 고사 부활 우려까지 제기됐다.
시안 발표 전부터 이런 우려가 충분히 예상됐지만, 교육부는 새 정부의 요구대로 절대평가 전환 방안을 내놓으려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파동으로 이미 적폐로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시안이 졸속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에선 교육 분야가 국정 수행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1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었지만 유독 교육 분야만 지지율이 35%로 낙제점이었다.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는 두 시안 중 하나로 결정하면 대입 제도의 특성상 뒤로 물러서기도 어렵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방안 나올까
대입은 결국 경쟁이다. 누군가 합격하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교육 당국의 역할은 학생 학부모 대학 등이 납득하는 경쟁의 룰을 만드는 일이다.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미래 수능이 대입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다. 지금처럼 점수로 줄을 세워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도구로 활용할지 아니면 대학에서 공부할 역량을 갖췄는지 측정하는 용도로만 쓸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 당락을 결정하는 역할을 유지한다면 절대평가 전환은 또 다시 벽에 부딪힐 전망이다. 전면 절대평가는 변별력이 약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는 한두 과목에 학습 부담이 쏠리게 만든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수능개편은 교육부가 도입할 예정인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와도 관련이 있다. 고교 내신과 수능이 동시에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상위권 대학은 학생 선발에 애를 먹게 된다.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학습 부담 감축도 숙제다. 문 대통령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불필요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줄여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학습 부담을 줄이지 못하면 2015 개정 교육과정 정착도 어려워진다. 수능 부담이 고교 교실을 짓누르는 상황이 계속되면 문제풀이 위주의 암기식 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수능개편 왜 미뤘나…“1·2안 모두 졸속” 여론이 결정적
입력 2017-08-31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