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는 목사 가족, 다시 낮은 이들 섬길 수 있도록…

입력 2017-09-01 00:00
김정애 사모(왼쪽)가 30일 충북 청주의 집에서 암 투병 중인 딸을 붙잡고 기도하고 있다. 김정애 사모 제공

“힘들게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고 싶어요. 어려운 분들을 돌보려면 우리가 먼저 일어나야 해요.”

청주 선한목자교회 이상용(63) 목사의 아내인 김정애(62) 사모는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20년 넘게 경기도 평택과 충북 제천에 이어 청주에서 지역 독거노인과 노숙인, 장애인 등을 돌보던 이 목사 가족은 올 초 사역을 중단했다.

2년 전 유방암 2기 선고를 받은 미혼인 딸(이수형·37)을 간병하는 와중에 이 목사까지 고혈압과 협심증이 악화돼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김 사모가 식당일을 전전하면서 사역 자체가 아예 마비된 것이다. 마땅한 후원처가 없는 이 목사 부부에게 딸의 간병과 치료비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면서 수천만원의 빚까지 떠안게 된 부부는 결국 긴급 도움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목사는 ‘오뚝이’로 불렸다. 2004년 뇌졸중으로 사경을 헤맸던 그는 병마를 이긴 뒤 ‘나 홀로 마라톤’을 뛰면서 재개 의지를 다졌다. 이후로는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 주택가에 파고들어 쪽방촌 거주자와 노숙인,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섬김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특히 복음을 모르는 이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사역에 대해 이 목사 부부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에게 갑작스레 닥친 병마에서 헤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 사모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온 가족이 다시 섬김 사역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