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명균 장관 개성공단 재개 발언에 불만 표시한 미국

입력 2017-08-31 17:27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한국 통일부 장관에게 스스로 한 말에 대해 물어보라”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재개 발언에 대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다. “북한의 불안정하고 도발적인 행동에 개성공단을 폐쇄한 지난해 결정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미 정부가 지난 7월 우리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처럼 강한 불만이 느껴진다.

조 장관은 취임 이후 줄기차게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제재 국면이 변하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다. 개성공단만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시행세칙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까지 발주했다. 외교부가 규탄성명을 내고,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이 논의된 것과 딴판이다. 국민 입장에선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디로 가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재개를 거론할 만큼 한반도 상황은 한가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 29일 화성 12형 미사일을 북태평양으로 날린 데 이어 추가 도발까지 예고했다. 우리를 향해선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주제넘은 대화 조건 타령을 걷어치워라”고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31일 종료됐지만,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통일부 장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발언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조 장관의 발언은 유엔 제재 결의 위반임과 동시에 재가동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과도 엇박자가 난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조율은 필수다. 정부 내 목소리도 한 방향이어야 한다. 대화에 안달이 난 것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예리하게 짚던 과거 조 장관의 냉철함이 되살아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