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구장에서 30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전. 수십명의 두산 팬들이 야구장 외야 왼쪽 관중석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김재환의 배번인 32번을 가슴에 단 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플래카드에는 ‘우리 선수는 우리가 지킨다!’ ‘재환아! 니(너의) 뒤에는 우리가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전날 일부 롯데 팬들에게 욕설을 들었던 김재환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날 열린 경기에서 7회말 김재환이 3루를 밟을 때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었고, 이후 일부 롯데 팬들이 김재환이 좌익수 수비를 할 때 그를 향해 심한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웃지 못했다. 김재환은 이날 좌익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나섰다. 또 팀은 롯데에 2대 5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롯데 선수들은 김재환의 팬들이 있는 곳으로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렸다. 강민호가 0-0으로 맞선 7회 2사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아치를 그리며 선취점을 냈다. 8회 2사 1루에선 이대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월 투런포를 작렬했다. 두산은 롯데에 일격을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최악의 8월을 보내고 있는 선두 KIA 타이거즈는 삼성 라이온즈를 5대 1로 꺾고 한숨을 돌렸다. 이날 패배한 2위 두산과 3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각각 2.5경기, 5.5경기로 벌렸다.
KIA는 임시선발로 나온 심동섭의 호투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 2012년 5월 19일 부산 사직 롯데전 이후 무려 1929일 만에 선발로 나온 심동섭은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호투를 펼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는 감격을 맛봤다.
넥센 히어로즈는 SK 와이번스를 10대 0으로 대파하고 5위 굳히기에 나섰다. 전날까지 99타점이었던 넥센 김하성은 이날 3타점을 더해 KIA 최형우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특히 김하성은 2003년 홍세완(KIA), 2014년 강정호(넥센)에 이어 역대 3번째이자 최연소 유격수 100타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LG 트윈스는 한화 이글스를 6대 5로 물리치고 4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또 SK 와이번스를 밀어내고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한편 삼성은 이날 구단 직원이 최규순 전 심판에게 400만원을 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이번 사안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30일 프로야구 전적>
△SK 0-10 넥센 △NC 5-9 kt
△롯데 5-2 두산 △LG 6-5 한화
△KIA 5-1 삼성
[프로야구] 곰 팬 ‘김재환 지키기’… 그러나 거인에게 잡혔다
입력 2017-08-30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