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 희망 학교부터 시행

입력 2017-08-31 05:00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핵심정책토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대신하는 핵심정책토의는 보고 시간을 줄이고 자유토론 위주로 진행됐다. 세종=이병주 기자

교육부가 30일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 폐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외고 자사고 폐지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키로 하면서 고교 교육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됐다.

외고 자사고 등이 가진 학생 우선 선발권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현행 고교 입시는 전기와 후기로 나눠 진행된다. 학생들은 전기에 특수목적고와 자사고, 후기에 일반고를 지원한다. 일반고는 전기 탈락자들과 미지원자가 지원해 왔다. 외고와 자사고는 입시를 먼저 치르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대학입시에서도 명문대를 많이 보내 다시 우수한 지원자가 쏠렸다.

반면 일반고는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왔다. 교육부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도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선발토록 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외고 자사고 입시에 실패하면 근거리 일반고에 배정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져 외고 자사고 지원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설립·선발 시기를 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교육부는 당장 외고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지 않고 희망하는 학교부터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하는 학교부터 일반고로 전환해 혼란을 줄이고, 전환한 학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고와 자사고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외고 자사고 폐지 논란이 불거지자 다음 달 출범하는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넘겨놓은 상태다.

교육부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고교학점제 도입과 혁신학교 확대를 제시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를 선택해 이수한 뒤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고교 교육의 틀을 바꾸는 정책이므로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해본 뒤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혁신학교는 시·도 단위별 성과 확산 계획을 세우고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키로 했다.

한국형 나노디그리(온라인 단기강좌 수료)도 추진된다. 나노디그리는 기업 수요에 맞춰 한국형 무크(케이 무크) 강의 등을 엮은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이를 이수하면 수료증을 주는 제도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